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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류환
잠파노

방명록

 

1. 섹스


하반신에 감각이 없었다. 류환은 정처 없이 흔들리면서 아, 으, 아 따위의 아주 희미한 소리를 내었다. 해랑의 허리를 감은 다리가 당장이라도 풀릴 것 같았다. 다행히 류환의 애인은 눈치가 빠른 소년이었다. 움직임이 잠시 멈추었다.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다리가 딱딱한 어깨 위에 걸쳐졌고, 해랑은 상체를 푹 숙였다. 몸이 폴더처럼 접혔다. 숨이 가까워졌다. 뜨겁게 닿아오는 숨결에선 진한 수컷내가 났다. 어쩌면 이건 마운팅이 아닐까. 아랫도리가 부딪칠 때마다 끈적거리는 마찰음이 화장실안을 울렸다. 가끔씩 멀리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매미는 밤에도 울었다. 섹스를 하면서 듣기엔 좀 야한 것 같았다. 사실 실제로도 그랬다.


너 표정 진짜 꼴려.


성욕으로 달궈진 목소리는 지나치게 낮았고 내뱉은 단어는 저급했다. 류환이 눈썹 사이를 좁혔다. 그러나 본인도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표현이 불쾌해서인지, 아니면 방금 치고 들어온 움직임 때문인지. 닥, 치고 박기나.. 해.. 힘겹게 말하는 순간 온몸이 무너질 것 같은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아! 막을 새도 없이 흘러나온 건 흡사 계집애들이나 낼 것 같은 소리였다. 류환은 언젠가 제 밑에서 앙앙거리던 여상 아이를 기억해냈다. 얼굴은 평범했지만 가슴이 귀여웠다. 그 애는 꼭 지금의 저처럼 울었었다. 해랑의 눈썹이 올라갔다. 여기구나. 그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까지는 아니어도 그만큼 대단한 걸 발견한 사람처럼 즐거워했다.


으으, ㅇ..아..!

소리 내지 마.


들키면 어떡해. 나긋한 음성은 얄밉기까지 했다. 입술이 맞닿았고 혀가 들어왔다. 뿌리까지 옭아매는 게 마치 뱀 같았다. 해랑의 움직임은 집요했다. 아래로는 계속 같은 곳을 찌르면서 뭉근하게 허리를 돌렸다. 감당하기 벅찬 감각이 숨통을 틀어쥐었다. 류환은 이러다간 뇌가 모조리 녹아 물처럼 흘러내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진심이었다. 적어도 복하사는 류환이 맞고 싶은 죽음이 아니었다. 그는 전해오는 침을 물이라도 되는 양 꼴깍꼴깍 삼켰다. 그리고 천천히 해랑의 얼굴을 밀어내었다. 소년의 발정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 존나 좋아.. 뇌까리는 말을 들으면서, 류환은 해랑이 복상사 할 가능성을 점쳐봤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뾰족한 턱 끝으로 땀이 방울져 떨어졌다. 류환이 손을 뻗어 축축하게 젖은 머리칼을 정리하자 해랑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류환의 목덜미에 파묻었다. 이갈이를 하는 강아지처럼 살을 자근자근 깨물었다. 퍽 천박한 소리를 내며 빨기도 하였다. 아프진 않았지만 즐길 만큼 좋은 것도 아니어서 류환은 앓는 소리를 냈다.


느끼냐? 


해랑은 헛소리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뭐래.. 뭘 그렇, 게 빨아. 맛, 윽, 있어..?


말과 말 사이가 교묘하게 끊길 때마다 해랑이 키들거렸다. 류환은 할 수만 있다면 참고 싶었지만 그건 이미 제 의지 밖의 일이었다. 슬펐지만 사실이었다. 맛있진 않고.. 좀 짠데. 해랑은 마치 미식가라도 된 것처럼 말하면서 허리짓에 속도를 높였다. 사정감이 다가오는 듯했다. 골반뼈와 엉덩이뼈가 아프게 부딪쳤다. 접합부에 불이 붙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류환은 그곳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지나치게 뜨거웠고, 류환의 행동에 해랑은 더 흥분한 것 같았다. 씨, 발, 원류, 환, 진짜, 실소 섞인 목소리였다. 그 후 몇 번의 움직임 끝에 이윽고 몸 안으로 무언가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해랑은 짐승처럼 소리내며 류환의 몸 위로 상체를 풀썩 겹쳤다. 여운에 젖어 허억거리는 숨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들어왔다. 잡아먹히는 기분이 들었다. 매미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2. 모기


장난은 좋지 않았다. 그게 철없는 아이의 것일 경우엔 더. 류환이 생각하기에 해랑은 가끔 철이 없었다. 아니, 그건 적절한 단어가 아니었다. 어쨌든.. 해랑의 짓궂은 면은 이따금 류환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지금 같은 경우가 그러했다. 목에 붉은 멍이 들었다. 교복으로 가려지지 않는 자리였다. 어제 생긴 게 틀림없었다. 왜 그 때 말리지 못 했는가 고민했다. 섹스를 할 때 류환은 종종 허술해졌다. 반면 해랑은 치밀해졌다. 둘의 차이였다. 이건 의도된 장난이었다. 짧게나마 목도리를 할까 생각했으나 아마 그랬다간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을 게 뻔했다. 그 정도로 미련하진 않았다. 짜증이 났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은 법이었다.


교실은 반 정도 차 있었고 해랑 역시 정갈하게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학교와 학교 바깥에서의 해랑은 제법 달랐다.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면을 쓰는 것에 능숙한 사람은 그만큼 교활하다. 해랑이 그랬다. 류환은 자리로 가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해랑은 얇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시선이 목에 닿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무시했다. 이긴 기분이 들었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너 목에 그거 뭐냐?


황재오의 목소리였다. 3교시가 지나도록 잠잠하던 것이 드디어 터졌다. 류환은 최대한 무덤덤하게 말했다. 사실 정말 무덤덤하긴 했다.


아.. 모기 물렸어. 


그건 적어도 눈치껏 넘어가주길 바라고 한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벌레에 물렸다는 변명을 믿어달라기엔 멍이 너무 무식했다. 누가 봐도 사람이 낸 자국이었으니까.


미친 새끼 약 팔고 있네, 어제 누구 따먹었냐? 그리고 잘못은 눈치 없는 재오가 아니라 배려를 바란 류환에게 있었다. 어쩐지 야자할 때 안 보이더라. 그러게. 류환으로선 억울한 말들이 짧게 오갔다. 그 대화에는 대단한 오류가 있었다. 따먹은 게 아니라 따먹힌 거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류환은 조금 참을 수 없어졌다. 고개를 틀어 사선으로 위치한 해랑을 쳐다보았다. 이미 저를 보고 있었는지 시선이 얽혔다. 내가 뭘? 여유로운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음흉한 유희에 놀아나는 기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됐으니까 꺼져.. 류환은 표정과 손짓으로 언짢음과 귀찮음을 피력했다. 낄낄대던 아이들이 머쓱하게 입맛을 다시며 저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곧 뒤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도. 그게 해랑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해랑은 류환의 앞자리에 있는 의자에 거꾸로 앉았다. 그리고 등받이에 두 팔을 교차해 그 위로 턱을 괴었다. 마주보는 표정이 꼭 어린이날을 맞은 아이 같았다. 생글생글. 그게 아니꼬웠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나중에 이런 짓을 또 하게끔 만드는 빌미가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해랑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가벼운 목소리였다. 꼭 노래하는 것처럼.


그거 어쩌다 생긴 거야?


질문은 어이없었고, 능청스러웠으며, 능글맞기까지 했다. 류환의 속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모기 물린 거야.


제가 대답해놓고도 어이가 없었다. 해랑은 딱히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아까부터 미묘하게 신경을 긁는 미소는 거두어질 줄을 몰랐다. 치아를 보이며 킥킥거리던 그는 류환의 목으로 손을 뻗어 멍을 슬쩍 만졌다. 류환이 질겁하며 몸을 뒤로 뺐다. 학교에서 커밍아웃을 하거나 아웃팅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민감한 반응이란 걸 스스로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해랑은 무안해진 제 손을 턱으로 가져가 아무렇지 않게 긁으면서 느리게 입을 뗐다.


요즘엔 백팔십삼 센티짜리 모기도 있나 보네..


어디서 물렸어?


..별관 화장실?


류환의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졌다. 


그러니까, 해랑은 이 반응을 보고 싶었다.




3. 아이스크림


거의 모든 남고생들이 그러하듯 해랑은 더위를 잘 버티지 못했다. 류환과는 반대였다. 그러고 보면 둘은 상반되는 부분이 많았다. 해랑은 처음 며칠 동안 자신과 류환 사이의 다른 점을 하나씩 세어보다 개수가 어느 새 마흔 세 가지를 넘겼을 때, 그 짓을 깔끔하게 관뒀다. 이 정도로 다른데도 큰 탈 없이 지내고 있다면 너와 나의 차이가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건 꽤 만족스러운 사실이었다. 해랑은 교복 셔츠를 바쁘게 펄럭거렸다. 


안 덥냐.

응. 시원한데?

이게 시원하다고? 우리 류환이 더위 먹었구나. 


해랑이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류환은 단지 어깨를 으쓱거렸다. 땀에 젖어 구레나룻이나 이마가 축축한 해랑과 달리 류환은 땀 한 방울 없이 보송보송했다. 흰 피부가 햇볕을 받아 더 희게 빛났다.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자. 홀린 것처럼 피부 결을 눈으로 훑던 해랑이 손가락으로 류환의 볼을 한번 쓱 쓸어내렸다. 류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러운 접촉은 때로, 아니. 자주. 섹스보다 더 설레고 강렬했다.




4. 피스타치오


뭐 먹을래.

월드콘.. 피스타치오맛으로.

피스타치오?

거기 있네. 어, 거기.


해랑은 문득 피스타치오와 발음이 유사한 다른 단어를 떠올렸다.




5.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류환에게 껍질 깐 바나나를 쥐어준다. 이로 살살 긁으면서 먹어봐. 류환이 눈쌀을 찌푸린다. 해랑은 바나나를 뺏어들고 시범을 보인다. 입 안 깊숙이 바나나를 넣고, 천천히 빼낸다. 앞니에 여린 바나나살이 긁힌다. 이렇게. 해랑이 바나나를 다시 류환에게 내민다. 그게 뭐야.. 류환은 상종 못할 변태를 본 여자처럼 치를 떤다. 해랑은 류환이 쓸데없이 순진한 척을 한다고 생각한다.




6. 피스타치오?


류환이 피스타치오맛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다. 해랑은 보고만 있다. 그러다 문득 눈이 마주친다. 류환은 고양이처럼 웃는다. 그리고 해랑에게 다가온다. 걸음은 우아하고 고상하다. 해랑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뭐하는 거야? 해랑이 묻는다. 류환은 얄쌍하게 미소 지으며 해랑의 바지 앞섶을 눈으로 가리킨다. 불룩하다. 아, 이건 몽정이다. 해랑은 깨닫는다. 하지만 류환의 행동을 막지는 않는다. 꿈이니까. 류환은 조심스럽게 바지 지퍼를 내린다. 브리프를 끌어내리자 잔뜩 발기한 그것이 스프링처럼 튕겨 나온다. 류환의 차가운 손이 닿는다. 서늘한 기운에 해랑이 고개를 뒤로 젖힌다. 목젖이 울렁인다. 류환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피스타치오 해줄게.

..피스타치오?

응, 피스타치오.


손에 쥔 아이스크림을 성기에 바른다. 아릴 정도의 차가움에 해랑이 미간을 좁힌다. 흐으.. 해랑이 소리 내며 류환을 내려다본다. 류환은 요염하게 웃는다. 혀를 내어 성기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핥는다. 고양이가 우유를 먹는 것처럼. 원류환이 원래 이렇게 야했던가? 해랑은 생각한다. 생각을 고친다. 원류환은 원래 늘 야했다. 아이스크림을 모두 핥고 기어이 입안에 성기를 끝까지 머금은 류환이 해랑을 올려다본다. 상기된 볼이, 촉촉하게 젖은 눈이, 아, 그러니까, 이건.. 류환은 일전에 해랑이 그랬던 것처럼 앞니로 성기를 살살 긁는다. 결국 사정한다.


해랑은 축축해진 팬티를 빨며 다음번엔 류환에게 반드시 펠라치오를 요구하리라 마음먹는다.




7. 아니,


오늘 우리 집 가자.

왜?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왜..

에이, 알면서 뭘 묻냐.


류환은 마지막으로 섹스한 게 언제인지 가늠한다. 고개를 끄덕인다.




8. 펠라치오


침대에 걸터앉은 해랑은 아주 당당한 얼굴과 목소리로 류환에게, 빨아줘. 라고 말했다. 뭐라고? 류환은 멍청하게 되물었다. 한번만, 응? 류환은 해랑이 바나나로 헛짓거리를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물론, 피스타치오가 도화선이 됐으리란 생각은 못했다. 그 두 가지의 연결고리는 너무 터무니없었으므로. 네 변태적인 성욕까지 해결해줄 생각은 없는데. 류환이 그렇게 말했을 때 해랑은 조금 억울해졌다. 구강성교가 변태적 성욕의 발현이라는 학설은 그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 없었다. 목에다 박는 거라면 모를까. 차라리 정말로 그럴 의도가 있었다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그렇게 싫냐?

어.

아.. 한번만.. 나 꿈까지 꿨어.

변태야 너?


류환이 치를 떨었다. 입으로 해주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해랑은 뒤로 먹는 것과 앞으로 먹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차이를 두고 싶지도 않았다. 지난 번 화장실에서의 섹스를 떠올렸다. 같은 곳을 찔러주자 죽을 만큼 느끼던 류환의 표정도 함께. 류환은 길에 굴러다니는 웬만한 기집년들보다 감도가 좋았다. 비록 저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사실이었다. 섹스는 대부분, 아니 모두 해랑이 먼저 불을 붙이고 시작했다. 그러나 종당에 잔뜩 흥분하고 즐기는 건(전적으로 해랑의 시선에서) 류환이었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해랑을 변태로 모는 류환의 행동은 조금 문제가 있었다.


정말로, 딱 한번만. 앞으로 시키는 건 다 할게. 


그래도 아쉬운 건 자신이니 굽히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제바알.

..딱 한번만이야. 


류환이 한숨처럼 대답했다.




9. 너무 커


류환은 조금 버거운 것처럼 보였다. 바지를 내리고 브리프까지 벗겼을 때,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해랑을 올려다봤다. '이걸' 어떻게 '입'에 넣냐고 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류환은 그동안 '이걸' 제가 '뒷입'으로 받아왔다는 생각은 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 멍청함이 꽤 귀여웠다.


귀두를 입에 넣고.. 사탕 빨듯이 혀로 굴려봐.


기둥을 손으로 말아 쥔 채 상하운동을 하던 류환은 해랑의 말에 잠시 손짓을 멈추었다. 침을 꼴깍 삼켰다. 


..너무.. 큰데.. 


류환이 웅얼거렸다. 해랑은 저딴 말을 순수한 표정으로 지껄이는 류환이 기막혔다.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고, 이윽고 윗부분이 류환의 입안에 삼켜졌다. 성기를 감싸는 뜨겁고 축축한 기운이 말도 못할 만큼 황홀했다. 으.. 해랑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류환이 혀를 내어 귀두를 핥았다. 그건 정말로 어설펐고 조잡했다. 그럼에도 지독하리만치 자극적이었다. 해랑은 큰 손으로 류환의 머리를 느리게 쓰다듬었다. 류환의 뒷목이 살짝 긴장했다. 머리를 감싼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이럴 줄 알았지. 해랑은 정말로 변태가 맞았다. 류환이 생각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해랑이 누르는 만큼 류환은 해랑의 성기를 삼켰다. 귀두만으로도 버거웠던 입 안이 해랑의 것으로 가득 찼고, 아마 목구멍까지 들어온 것 같았다. 숨을 쉬기 힘들었을 뿐더러 목이 아팠다. 눈가에 생리적인 눈물이 고였다.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그러쥔 해랑이 류환의 머리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우윽.. 성기가 목을 찌를 때마다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참고 참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진 류환은 손을 들어 해랑의 허벅지를 다급하게 때렸다. 그제야 머리를 짓누르던 손길이 멈추었다.


류환이 다급하게 입에서 성기를 빼내자 침이 길게 늘어졌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침은.. 당황스럽게도 상당히 외설적이었다. 씨발.. 존나 야해. 해랑은 어이 없어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류환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랑은 변태가 맞았다. 콜록거리며 기침을 수차례 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류환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해랑을 노려보았다. 고였던 눈물이 아무렇게나 흐르는 중이었다. 축축하게 젖은 눈가가 붉었고, 침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은 훨씬 더 붉었다. 아, 씨발. 꿈에서처럼 야살맞게 웃는 것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이 쪽이 더 취향인 것 같았다. 우는 원류환은 사람을 돌게 만드는 데 뭐가 확실히 있었다. 어쩌면 류환의 말대로 자신이 변태가 맞을지도 모르고. 그런 건 이제 상관 없었다. 


..야.

꺼져, 부르지 마.. 개새끼가 진짜.. 


정말이지 목이 너무 아팠다. 몇 번 더 잔기침이 올라왔으나 삼켜졌다.


해랑에게.


단순히 섹스하기 전 분위기를 돋우는 종류의 것과는 달랐다. 끈적하고, 진득하고, 집요하고. 볼을 부여잡은 채 잡아먹을 듯이 해랑이 키스했다. 류환은 해랑의 가슴을 밀어내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10. 그리고, 또 모기


아마 섹스보다 키스를 더 열심히 한 것 같았다. 해랑은 마치 섹스하는 것처럼 키스했다. 그 덕에 류환의 입술은 퉁퉁 부었고 그건 그 다음 날이 되어서도 가라앉지 않았다. 같은 반 아이들 몇몇이 쉬는 시간에 다가와 입술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류환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 대답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여상하게.


..모기 물렸어.


일쩜팔 미터짜리 모기.